최봉림작가의< 우연의 배열 Arranged by Chance>
사진작가. 사진 평론가
최봉림
한 여름 밤 강한 조명에 현혹되어 날아드는 벌레들이 색지보드에 앉은 광경을
사진으로써 기록한 작업이다. 우연의 배열 Arranged by Chance
말그대로 각각의 벌레들이 날아들어 생긴 배열을 보여준다.
벌레들이 우연적으로 날아들어 배열을 갖추게끔 만들었다.
우연? 우연이라는 말은 참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것들이다.
너와 내가 만난 것도 우연이고 이렇게 작가의 글을 썼는데 이 글을 보러 들어온 손님들도 우연에 의해서 들어왔다 볼 수 있다.
예를들어 누군가의 어깨를 부딪혀서 커피를 쏟았다. 어깨를 부딪혀서 커피를 쏟았을 때 커피를 쏟는 것은 필연이지만
어깨를 부딪힌 것 자체를 두면 우연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자각과 인식이 한 곳에 어우러져있을 때 이것은 엄청난 인과응보가 생겨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벌레들은 우연에 의해서 찾아온 것일까? 필연에 의해서 찾아온 것일까?
벌레들 중에서는 나방도있고 이름조차 알 수 없는 형형색색의 벌레들이 앉아있다.
여기서 작가는 단지 벌레들이 불빛에 이끌려 색상이 있는 보드에 올라가게 끔 우연과 필연을 만들어 줬을 뿐이다.
마치 김아타작가의 캔버스작업처럼 설치만 해두었을뿐 , 과정에 대한 개입은 최소화 된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봉림(Choi Bong-lim)
잉크젯 프린트(Inkjet Print)
120.6 x 90 cm
"벌레들은 원래 밝은 빛을 쫒아 그래서 항상 밝은 곳에는 벌레들이 모여 날아다니곤 하지"
난 이 작품을 보면서 한 없이 가여운 존재들로 보이곤 한다.
아무런 힘도 없고 단지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만을 바라보고 현혹되어서 왔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것들 뿐이라는 것을
이게 단지 본능에 충실할 뿐인 벌레여서 불쌍하고 괴로워 보이는 것은 아닐거라 생각한다.
내가 느끼기론 우리의 삶과 비슷해 보일 뿐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아름다운 색상과 화려한 색상의 보드지에
형형 색색의 벌레가 붙어있는 것을 보고 기이하게 여길지 모르겠지만 작품의 제작과정을 생각해보면
환한 빛이 태양이구나 하고 날라온 벌레들은 단지 그 공간에 만족해하며 주위를 빔빔 맴돌뿐이다.
우리의 삶은 어떠한가,
깊은 생각을 안해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최봉림(Choi Bong-lim)
잉크젯 프린트(Inkjet Print)
120.6 x 90 cm
최봉림(Choi Bong-lim)
잉크젯 프린트(Inkjet Print)
90 x 120 cm
사진작가 최봉림